절반 이상 '명절 스트레스'… 술 잘못 마셨다간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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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모처럼 온 가족이 모인 명절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술이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술잔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새해 인사부터 결혼, 취업, 건강, 재산, 부모님 부양 문제 등 광범위한 주제를 넘나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음주와 함께 시작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화를 부를 수 있다.
다사랑중앙병원 이무형 원장은 “명절에는 음식준비, 손님맞이, 장시간 운전, 늘어난 경제적 지출 등으로 인해 평소보다 스트레스가 가중된 상태”라며 “이때 술자리에서 서로의 근황을 묻는다는 핑계로 취업, 결혼, 임신 등 개인적으로 예민할 수 있는 문제를 언급하다 보면 술김에 갈등으로 치닫기 쉽다”고 말했다.
실제 많은 사람이 이른바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얼마 전 한 기업에서 국내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53.9%)이 설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명절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부정적 감정에 빠지기 쉽다.
이무형 원장은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감정 조절과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을 억제한다”며 “이로 인해 충동성이 증가하고 공격성이 통제되지 않아 평소에는 참고 넘어갈 수 있던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느껴 폭력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경남경찰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에 평소보다 가정폭력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2018년 설 연휴 기간에 발생한 범죄·사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정폭력 1일 발생 수가 평소 36.4건인 것에 비해 설 연휴 기간에는 55.8건으로 53.3% 늘었다.
지난 추석 명절에는 경기도 부천의 한 50대 가장이 가족과 함께 술을 마시며 식사를 하던 중 말다툼을 벌이다 아들의 머리를 둔기로 때리고 흉기로 복부를 찌른 뒤 이를 말리던 아내의 머리까지 둔기로 때려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가족들이 자신을 홀대해 소외당하는 기분이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 원장은 “적당한 술은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과음을 하게 되면 감정이 격해져 스트레스나 묵은 감정이 폭발할 수 있다”며 “심리적으로 가까운 가족일수록 다툼이 쉽게 일어나게 되는데 갈등이 심화되면 가족 간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경기 침체와 취업난으로 각자의 어려움이 있는 시기인 만큼 걱정이나 충고라는 명목으로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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