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는 돌로 만든 그물로 멸치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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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빅에스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92회 작성일 19-07-16 09:11본문
물 빠진 금능리 바다. 해안이 평평하고 얕아 물이 빠지면 아이들이 놀기에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다. 비양도 앞으로 돌아나온 돌담이 멸치를 잡는 원시 그물 원담이다. 손민호 기자
금능리 마을. 이름만 들어서는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을 듯싶다. 하나 금능리는 제주도 여행자에게 익숙한 고장이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풍경을 간직하고 있어서다. 에메랄드빛 바다 너머로 내다보이는 비양도. 바로 이 장면이 금능리의 풍경이다. 금능리 마을은 자연 못지않게 사람도 아름답다. 주민이 힘을 합쳐 문화관광 자원을 지키고 만들고 가꿔 행복마을 문화복지 부문 동상을 받았다.
금능리는 제법 큰 마을이다. 527가구 1162명이 산다.
밭에서는 감귤·마늘·브로콜리 등을 키우고, 앞바다에서 멸치·고동·자리돔 따위를 잡아 온다.
한치도 많이 난다. 마침 요즘이 제철이다.
한치가 올라오는 저녁 시간이면 비양도 주위로 불 밝힌 한치잡이 배들이 밤하늘 별처럼 반짝인다.
금능리 바다는 해가 진 뒤에도 아름답다.
금능리 바다는 멜(멸치) 바다다. 그냥 멜도 아니고, 꽃멜(꽃멸치)이다.
제주 멸치 중에서도 비양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꽃멜을 으뜸으로 친다.
지금처럼 배를 띄워 멜을 잡지 않던 시절에는 아침마다 멜이 금능 포구까지 떠밀려왔다.
마을 사람 누구라도 반짝이는 멜 떼를 보면 마을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다급한 외침과 함께 금능리는 깨어났다. 너 나 할 것 없이 바다로 달려나갔다.
막 물이 들어오는 시각 금능리 바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검은 선이 원담이다. 손민호 기자
물 빠진 금능리 앞바다는 아이들 놀이터가 된다. 손민호 기자
100명이 넘는 동네 사람이 초대형 그물을 펼칠 수 있었던 건 ‘원담(원‘땀’이라고 읽는다)’ 덕분이다.
원담은, 말하자면 돌로 쌓은 그물이다.
밀물 때 들어온 고기가 썰물 때 원담에 갇혀 못 빠져나가면 마을 사람이 그물을 쳐 고기를 잡았다.
원담이 마을 공동 소유이므로 원담을 쌓거나 보수하는 작업도 마을이 함께했다.
물론 원담에서 잡은 멜도 골고루 나눴다.
64년째 허구한 날 원담을 돌보는 이방익(88)옹의 정성 덕분인지, 금능리 원담은 제주도에서 원형이 가장 잘 보전된 원담으로 통한다.
마을은 전통을 지키고자 2008년 금능원담축제를 열었다.
2016년 이주한 한명희(45)씨의 펜션 ‘제주마중’에서 원주민 김성수(48) 이장이 감귤 농사짓는 원주민 송문철(58) 부위원장과 함께 밤늦도록 마을 자랑을 늘어놨다.
시간이 흐를수록 펜션인지 마을회관인지, 누가 원주민이고 이주민인지 분간이 안 간다.
한치 배 불빛이 평화로웠다.
■ 여행정보 8월 3∼4일 금능원담축제가 열린다.
3일은 선진터 그물로 고기 잡기 체험 행사가, 4일은 원담 고기 잡기 체험 행사가 열린다.
원담 체험만 참가비가 있다. 어른 1만5000원, 어린이 1만원.
마을 어선이 잡은 잿방어 약 1000마리를 원담 안에 부려 놓는다.
마을 회관 건너편에 석공예 명장 고(故) 장공익(1931∼2018) 선생의 평생 작업을 모아놓은 ‘금능석물원’이 있다.
주차비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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