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활동성인 줄 알았던 우리은하 블랙홀 350만년 전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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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은하 한가운데는 '궁수자리(Sagittarius) A*'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다.
태양의 420만배가 넘는 엄청난 질량을 가진 초대질량 블랙홀(SMBH)이지만 상대적으로 밝지 않아 우리은하는 블랙홀의 활동이 중지된 비활동성 은하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약 350만년 전 우리은하 중심부에서 거대한 폭발과 함께 방사선이 퍼져나가면서 약 20만광년 떨어진 곳까지 충격을 준 흔적이 관측된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약 350만년 전은 현생인류가 출현하기도 전인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천문단위로 볼 때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점이다.
이런 이유에서 당시에 이런 폭발이 있었다는 것은 우리은하가 비활동성 은하가 아니라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호주 전천(全天) 천체물리학 3D 연구위원회 센터(ASTRO 3D)에 따르면 이 센터 소속 조스 블랜드-호손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우리은하 인근의 왜소은하인 대·소 마젤란은하 사이를 가스 띠로 연결한 '마젤란 계류(Magellanic Stream)'에 영향을 준 원인을 분석해 이런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SMBH 인근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거대한 에너지 빔을 방출해 이온화된 방사선이 남북으로 반경이 점점 더 커지는 원뿔형으로 뻗어 나갔으며, 우리은하에서 약 20만 광년 밖에 있던 마젤란 계류에도 충격을 줬다.
블랜드-호손 교수는 당시 불꽃이 어둠 속에서 순간적으로 가동한 등대의 불빛과 같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이 수집한 자료를 이용해 이 폭발이 약 350만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계산을 해냈다.
또 폭발력이 매우 강력한 점을 고려할 때 궁수자리 A*의 핵 활동 이외에 다른 원인은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블랜드-호손 교수는 2013년에 발표한 앞선 연구에서 우리은하 중심부에서 시작된 대규모 폭발에 관해 고찰했지만 이것이 궁수자리 A*의 핵 활동과 관련됐을 가능성은 배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폭발의 원인이 궁수자리 A*이라는 점을 확고히 했지만 블랙홀의 진화와 다른 은하와의 상호작용과 영향 등은 "아직 천체물리학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시드니대학의 마그다 구글리엘모 박사는 "우리는 우리은하가 비활동성 은하라고 여겨왔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은하의 진화와 본질을 완전히 재해석할 여지를 열어놓았다"고 했다.
ASTRO 3D 소장을 맡은 리사 큐리 교수는 "(이번에 밝혀진 350만년 전 폭발은) 우리은하 역사에서 불과 수백만년 전에 발생한 극적인 사건으로, 우리은하가 지금까지 생각해오던 것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그 옆에 있지 않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식 출간 전 논문을 수록하는 온라인 과학 저널 '아카이브(arXiv)'를 통해 공개됐으며, 과학 저널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정식으로 실릴 예정이다.
이온화된 방사선이 마젤란계류에 영향을 미치는 동영상[http://yna.kr/AKR201910070626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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