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조각 하나라도 떨어지면 안돼"...활주로 이물질(FOD)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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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7월 25일 미국 뉴욕을 향해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공항을 이륙하던 에어프랑스 4590편 콩코드 여객기가 채 2분도 안 돼 추락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승무원과 승객 109명 전원이 사망하고, 비행기가 추락한 호텔의 직원 4명도 숨졌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참사는 조사 결과 활주로에 떨어져 있던 길이 40㎝가량의 쇳조각이 원인이었는데요.
콩코드기에 앞서 공항을 떠난 미국 콘티넨털항공 여객기의 엔진 덮개에서 떨어져 나온 부품이었습니다.
콘티넨털항공 여객기는 무사히 이륙하고 착륙도 했지만, 그 불똥이 콩코드기에 튄 겁니다.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던 콩코드기가 문제의 쇳조각을 밟으면 타이어가 터졌고, 그 파편이 연료탱크를 강하게 가격해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엔진에까지 이상이 생기면서 콩코드기는 결국 추락하고 말았던 겁니다.
활주로에 떨어진 이물질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는 끊이질 않는데요.
지난달 4일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떠나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달리던 중 타이어가 손상됐습니다.
확인해보니 활주로에 있던 이물질 때문에 타이어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사고로 항공편 출발이 27시간가량 늦어졌습니다.
이처럼 공항 활주로 또는 계류장 등에 떨어져 있어 자칫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이물질을 'FOD(Foreign Object Debris)'라고 부릅니다.
쇳조각, 돌, 아스팔트 파편, 항공기나 차량 파편, 쓰레기, 정비용 부품, 타이어 파편뿐 아니라 야생동물이나 뱀도 FOD에 포함되는데요.
이런 이물질들은 항공기 타이어에 손상을 입히거나 아니면 타이어에 부딪히며 튀어 올라 엔진이나 다른 부위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어 상당히 위험한 존재들입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 IATA)에 따르면 매년 FOD로 인한 손실이 전 세계적으로 약 40억 달러(약 4조 70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사고 조치를 위한 활주로 폐쇄 때문에 발생하는 운항지연 등에 따른 간접비용은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각 공항에서는 이러한 FOD 제거를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관문공항인 인천공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천공항에서는 FOD 수거용 특수차량과 10여명의 전담인력을 동원해 매일 활주로와 계류장 등 항공기가 이동하는 전 지역에 떨어진 이물질을 치우고 있습니다.
인천공항 한달 수거량, 작은 방 가득
하루 4번, 6시간 간격으로 정기점검을 하고, 관제기관이나 조종사 등이 요청할 경우 수시로 특별점검도 시행합니다.
SUV 차량이 대열을 이뤄 달리면서 이물질이 떨어졌는지, 활주로에 이상은 없는지를 확인합니다.
또 금속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자석 막대를 붙인 특수차량을 활용하거나 트럭이 이물질을 쓸어담는 매트를 달고 활주로나 계류장 등을 돌아다니는 방식이 쓰입니다.
점검 인력 10여명이 직접 비닐 마대와 집게를 들고 다니면서 눈에 보이는 대로 이물질을 주워 담기도 합니다.
이렇게 수거되는 FOD는 월평균 3㎥가량의 부피라고 하는데요.
작은 방 하나는 가득 채우는 양인 셈입니다.
타이어 미끄러짐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타이어 찌꺼기 제거 작업까지 합하면 활주로 안전 관리에 들이는 돈과 비용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항공모함선 군인 줄지어 이물질 제거
이처럼 FOD 제거에 힘을 쏟는 건 다른 공항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최근 중동의 허브공항으로 떠오른 두바이공항에서는 상황에 따라 일부 활주로를 폐쇄하고 점검을 벌일 정도입니다.
캐나다와 영국, 호주 등의 공항에서는 활주로에 떨어진 이물질을 감시하는 레이더까지 설치했다고 하네요.
군사공항이나 항공모함 역시 FOD는 무서운 적입니다.
승무원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활주로 위에 떨어진 이물질이 없는지 눈으로 확인하면서 걷는 장면이 종종 소개되기도 합니다.
FOD로 인한 한 위험은 민간항공기나 군용기나 다 똑같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공항이지만, 속으로는 안전 운항을 위해 곳곳에서 치열한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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