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이 툭 떨어진 뒤 조금 지나고 나서야 무서운 굉음을 내며 폭발한다.
화약만 터지는게 아니라, 탄 속에 잔뜩 든 날카로운 철조각들이 사방에 섬광과 같이 흩어진다.
이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닌 조선시대의 ‘시한포탄(혹은 폭탄)’이 바로 500여년전 임진왜란 시기 신무기로 나온 비격진천뢰다.
비격진천뢰는 오늘날 한국인에게도 비교적 익숙하다.
오래 전부터 티브이 다큐물이나 드라마에도 조선을 대표하는 무기로 많이 소개됐다.
포구가 확 벌어진 대완구 소완구란 화포로 발사하는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살상력 등의 성능이 강력하고 섬광 등의 이미지 효과도 강렬하다.
임진왜란 등에서도 큰 전공을 세운 것으로 이름난 조선의 첫 ‘시한폭탄’ 비격진천뢰가 최근 남도의 고창 땅속에서 줄줄이 세상에 나왔다.
호남문화재연구원은 전북 고창 무장현 옛 조선시대 관아와 읍성터를 최근 발굴조사한 성과를 15일 발표했다. 최근 조사과정에서는 군사 훈련장 터와 무기창고 건물터들, 수혈(구덩이), 도로시설 등이 잇따라 드러났다. 특히 수혈 안에서 국내 최초의 시한폭탄으로 꼽히는 알 모양의 비격진천뢰가 역대 최대규모인 11점이나 발견됐다.
부근에서는 비격진천뢰를 쐈던 걸로 추정하는 원형 포대시설 터도 드러났다.
기존에 전해져온 비격진천뢰 유물은 보물인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을 비롯해 6점에 불과하다.
비격진천뢰는 임진왜란 직전인 선조 24년(1591)에 조선시대 특유의 신무기로 발명됐다.
중완구라는 화포에서 발사돼 표적에 날아간 뒤 시간이 지나서 터지는 일종의 작렬 시한폭탄이다.
섬광, 굉음과 함께 수많은 철파편을 사방에 흩날리는게 특징이다.
강력한 살상력을 갖고있어 임란 당시 경주성 탈환전투 등 실전에서 큰 위력을 발휘했다고 사서 등에 전해진다.
무장 관아와 읍성은 태종 17년(1417)에 왜구를 막기위해 쌓은 이래 행정 군사 요충지 구실을 해왔다.
2003년 이후로는 연차발굴하며 관련 유적들의 복원정비를 해왔다.
이번에 군사시설터가 나오면서 희귀유물인 비격진천뢰를 무더기로 수습했고, 당시 포대의 구체적인 배치 얼개 등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조선시대 군사시설·무기류 등의 배치상황과 사용 내력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실물 자료를 얻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