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는 고기를 얻는 용도라고? 우리가 몰랐던 과학적 활용법
본문
한 해가 저물어가는 세밑이 되면 관행적으로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도 돌이켜 보면 여러 사건 사고가 많았던 해였습니다.
돌아오는 2019년은 12지의 마지막 열두 번째 동물인 돼지의 해 ‘기해년’(己亥年)입니다.
돼지는 신화나 민속신앙에서는 재산이나 복을 부르는 동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삼국시대 이전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제수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요즘도 개업식에서 돼지머리를 상 위에 올려놓고 절을 하는 것은 이런 풍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 돼지는 탐욕스럽고 더럽고 게으르고 멍청한 동물로 취급당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돼지라고 부르는 동물은 가축화된 멧돼지입니다.
멧돼지가 가축화된 것은 신석기 시대에 해당하는 8000~9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반도에서는 2000년 전부터 돼지를 기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멧돼지는 잡식성으로 무엇이든 잘 먹고 야생에서도 20~30마리가 함께 사는 습성이 있어 우리에 가둬 키우기가 좋고 성장속도가 빠르며 기후에 대한 적응력이 좋습니다.
사람들이 가축으로 키울 수 있었던 최적 조건을 갖춘 것이지요.
지금도 돼지는 주로 고기를 얻기 위해 길러지지만 20세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돼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게 됐습니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불치병으로 알려진 당뇨를 치료하는데 돼지가 쓰인 것이 첫 사례입니다.
지금은 당뇨 환자들에게 합성인슐린이 사용되고 있지만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인슐린은 소, 개, 돼지에게서 얻었습니다.
돼지는 사람의 인슐린과 한 개의 아미노산만 다를 정도로 거의 비슷하다고 합니다.
최근 돼지는 이종장기이식 활용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사람의 장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이 약해지기도 하고 손상이 되기도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장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수요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과 가장 비슷한 영장류를 활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개체수도 적고 다른 동물들은 인체 거부반응이 심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사람의 장기와 크기, 기능이 비슷하고 성장 속도도 빨라 인공장기 공급원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돼지를 이용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농촌진흥청과 건국대병원 공동연구팀은 바이오 이종이식용 돼지의 각막을 원숭이에게 이식한 뒤 407일간 정상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달 초 독일 뮌헨대 연구팀은 돼지 심장을 이식한 개코원숭이가 기존 57일을 훌쩍 넘어선 195일간 생존했다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이렇듯 인간과 함께한 오랜 세월 동안 돼지는 인류에게 많은 이로움을 가져다줬습니다.
사실 돼지가 지저분하다는 편견도 돼지의 생활습성과 생태를 이해하지 못한 인간이 잘못 만든 사육환경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되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타인에 대한 편견이나 반목도 상대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2019년은 다른 사람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한 해, 아낌없이 주는 돼지만큼은 아니더라도 내 이익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이익과 권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