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위성이 한반도 몰려드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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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깜빡이지 않고 북한을 지켜보고 있다(We see it unblinkingly)”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현지시각)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분석에 대해 “우리는 지금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볼턴 보좌관이 북한이 내부 사정을 미국이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많은 자원을 투입해 북한 동향을 계속 주시하면서 획득한 수많은 정보 덕분이다.
특히 미군과 정보기관이 지상에서 수백㎞ 떨어진 우주 공간에 띄운 정찰위성들은 북한 내륙 깊숙한 곳의 움직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민간 정보회사들이 운용하는 상업용 위성까지 가세하면서 북한 상공은 다양한 종류의 위성들이 집중적으로 활동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한반도가 궁금해” 주변국, 위성 운용 늘려
정찰위성은 비행거리에 따라 활동에 제약을 받는 정찰기와 달리 우주 공간에서 적 내륙 지역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메라를 장착한 정찰위성은 과거 구름이 끼어 있거나 밤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밤낮으로 제한 없이 목표물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미국은 한반도 주변국 중에서 가장 우수한 정찰위성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1990년대 말부터 쏘아올린 KH-12는 고도 600㎞에서 지상에 있는 15㎝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갖췄다.
정밀 탐지가 필요한 지상 표적은 고도 300㎞까지 내려와 사진촬영을 한 뒤 원래 궤도로 돌아간다.
KH-12보다 성능이 향상된 KH-13, 14는 수㎝ 크기의 물체도 식별이 가능한 수준이다.
광학 방식 외에도 열 감지 장비도 갖췄다.
그만큼 북한 지역을 정밀하게 정찰할 수 있는 셈이다.
북한이 가동중인 우라늄 농축 시설은 원심분리기 수천대를 가동하므로 열이 많이 방출된다.
미국의 정찰위성이 북한 지역을 집중 감시할 경우 그 존재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미국은 레이더를 이용해 날씨 변화에 관계없이 지상 정찰이 가능한 라크로스 위성도 운용중이다.
정보 소식통은 “미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북한 지역을 위성을 샅샅이 조사, 핵 의심 시설들을 식별한 뒤 2차 회담에 임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정찰위성은 미국에 근접한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다.
2003년 정찰위성 운용을 시작한 일본은 2010년대 중반에 4기의 정찰위성을 확보했고, 현재 7기를 운용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쏘아올린 광학 정찰위성은 30㎝, 레이더 정찰위성은 50㎝ 크기의 물체를 탐지할 수 있다.
이 정도 성능은 핵 시설 건설 정황과 미사일 발사 준비 등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일본은 2024년까지 지금보다 성능이 향상된 정찰위성 10기를 운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일본의 정찰능력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은 국내 자원 탐사와 과학 실험을 명분으로 정찰위성을 쏘아올리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중국이 발사한 육지 탐사위성 1호와 2호는 중국의 영상정보 수집능력을 크게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세부 성능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이 군사용 정찰위성의 발사를 대폭 늘리고 있어 독자적인 지리 공간 정보 수집 능력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코스모스-2428 정찰위성은 미국의 KH-12에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갖고 있다.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감시하는 조기경보위성도 운용한다.
이외에도 프랑스의 헬리오스 위성 등 유럽 국가의 정찰위성들도 한반도를 촬영하고 있으며, 디지털글로브를 비롯한 민간 정보업체들이 운영하는 상업위성도 미국과 유럽 싱크탱크, 기업 등의 의뢰를 받아 한반도 지역에 대한 위성사진을 찍고 있다.
정부나 군도 위성사진을 대중에 공개해야 할 경우 상업위성을 종종 활용한다.
미군은 아프간과 이라크전쟁, 시리아 공격 당시 정밀폭격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상업위성이 포착한 공습 현장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정찰위성의 성능을 숨기면서 군의 활동을 홍보할 수 있다. 군과 정부가 상업위성 시장의 ‘보이지 않는 고객’인 이유다.
◆위성의 한계, “의도는 100% 파악 불가”
북한은 외부와의 교류가 매우 제한적이고 외국인들의 활동에도 제약이 심해 정보수집이 매우 어려운 국가로 손꼽힌다.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보니 정찰위성에 의한 정보수집 비중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미국은 북한을 인치 단위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정찰위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사진에 찍힌 대상의 활동이 어떤 의도나 전략을 갖고 진행되는지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평양 외곽 산음동 연구단지 위성사진을 통해 정보당국과 싱크탱크들은 산음동 연구단지 가동 수준이나 차량 출입 빈도 등을 알 수 있다.
숙련된 위성사진 전문 분석가가 투입되면 토양 색깔이나 그림자 변화 등 미세한 부분까지 확인해 예상치 못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나 전략은 위성사진만으로는 100% 파악이 어렵다.
여기서 정보기관과 싱크탱크의 차이가 드러난다.
정보기관은 정찰위성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정보수집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호정보(SIGINT)다.
신호정보는 적의 전파송신기를 감청, 기록, 분석하는 활동으로 현대전에서 그 비중이 높다.
미군은 글로벌호크 고고도 무인정찰기, EP-3 전자전기, RC-12X 신호정보기 등을 운용하면서 신호정보를 수집한다.
미 국가안보국(NSA)은 전 세계의 신호정보를 수집, 분석한다.
여기에 빅데이터 기법이 추가되면 무심코 지나쳤던 신호정보를 재발견하거나 기존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재분석해 또다른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내부 정보원이 제공하는 인간정보(HUMINT)는 적 지도부의 의중이나 전략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정보다.
위성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을 정보기관들은 메울 수 있는 방법들을 갖춘 셈이다.
반면 민간 싱크탱크나 언론은 위성사진 이외에 참고할만한 정보가 부족하다.
도청이나 내부 첩보원을 통해 획득한 정보는 국가기밀로 분류되어 공개되지 않는다.
일반에 공개된 정보나 과거 사례에 의존해야 한다.
군사용 정찰위성보다 성능이 떨어진 민간 상업위성을 사용하므로 취득할 수 있는 정보도 제한된다.
북한의 의도나 전략에 대한 해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볼턴 보좌관이 “상업 위성사진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위성사진을 정부나 군 조직만이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간 상업위성의 등장으로 촬영료만 지불하면 누구나 위성사진을 얻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의 속내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나라와 싱크탱크들이 늘어나면서 한반도 상공은 군사용 정찰위성과 상업위성들이 붐비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정보수집 활동에서 위성사진이 갖고 있는 한계도 있지만, 북한이 본격적인 개방정책을 펴기 전까지 위성에 의한 정찰은 가장 효과적인 정보수집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찰위성 개발 사업을 진행중인 우리나라도 우주정찰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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