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전야 '대혼돈' 빠진 美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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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휴를 목전에 둔 미국 워싱턴DC가 그야말로 '악몽'에 빠져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셧다운'되면서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이 일시적 해고 상태에 빠진 데 따른 심리적 분위기도 영향을 주고 있지만, 곳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식 통치행위가 빚어내는 파열음이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CNN 방송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혼란을 야기하고 통제되지 않은 권한 행사를 추구하면서 미국의 성탄 연휴 기간이 '최고의 질서파괴자'(disruptor-in-chief·트럼프 대통령 지칭)가 빚어낸 정치적 대혼돈으로 얼룩졌다"고 촌평했다.
세밑 워싱턴을 공포와 불안에 밀어 넣고 있는 이슈는 한 둘이 아니다.
행정부의 수반인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정책 수장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 간의 충돌이 정·관계는 물론이고 증시를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격분해 파월 의장의 해임안을 논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내각에서 가장 명망이 높았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전격 사임 사태와 맞물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에 대한 비판론을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동맹들과는 한마디 상의 없이 시리아 철군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자 매티스 장관은 "동맹을 존중하라"는 쓴소리를 남기고 장관직을 내던졌다.
미 연방대법원의 최고령 대법관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대법관이 폐에서 악성종양 2개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은 법조계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망명 신청자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새 규제정책에 제동을 건 대법원의 진보진영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NN은 "여러 전선에서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정계를 불안정하고 벼랑 끝에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공화당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으로 승산이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으로 보이고 이번에 셧다운 사태를 야기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예산의 전망도 내달 초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새 의회의 임기가 시작되면 더욱 악화하리라는 것이다.
로이 블런트(공화·미주리) 상원의원은 이에 대해 "우리는 설명서 없이 여기까지 날아왔다"고 표현했다.
한 백악관 관리는 CNN에 백악관 직원들은 혼돈에 익숙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느껴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CNN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 알려진 매슈 휘터커 법무부 장관 대행이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에 개입하지 말라는 법무부 윤리 담당자들의 권고를 무시하기로 결정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CNN은 휘터커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여움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면서 그러나 그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개입에 대한 우려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악관의 난맥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3년 차에 들어가는 내년에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악당 대통령직'(a rogue presidency)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는 예스맨·예스우먼만 남아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제어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우려했다.
전직 4성 장군인 배리 매카프리는 "동맹국들과 안보 전문가들의 눈에는, 무능하고 충동적이며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서 미국의 역사적인 동맹들을 비방하고 정작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사람들을 껴안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이건 악당 대통령직"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2년 동안 자신의 행정부와 전쟁을 치러왔다"며 "임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의 조언과는 동떨어진 채 본인의 판단을 갈수록 확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이 심화하면서 평소 애청하는 폭스뉴스 시청시간도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비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년은 그나마 평온해 보인다"며 '통제 불능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진영의 전문가인 마이클 스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2년간 직면할 도전들은 지난 2년과는 다를 것"이라며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은 없고, 전적으로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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