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구운 지 10분, 초미세먼지 농도 97→1013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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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빅에스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73회 작성일 19-01-22 12:08본문
지난 16일 오후 서울 무교동의 한 고깃집.
오후 6시 15분쯤 4~5인석 테이블 두 개가 놓인 방 안에 앉았다.
아직 고기를 굽기 전인데도 홀 테이블 연기가 간간이 흘러들어 오면서 초미세 먼지(PM2.5) 농도는 1㎥당 90~100㎍ 사이를 오갔다.
오후 6시 27분쯤 소고기 등심과 차돌박이 한 줌(약 100g), 양파·버섯 등 야채를 불판에 올리자 순식간에 얇은 차돌박이 일부 조각에서 탄내와 함께 연기가 올라오면서 초미세 먼지 수치가 400㎍/㎥을 넘었다.
고기뿐 아니라 야채가 검게 그을리며 연기가 심하게 날 땐 600㎍/㎥까지 치솟았다.
◇고기 구이집 최고 1000㎍/㎥ 기록
일반적으로 고농도 초미세 먼지 사례는 중국에서 오염 물질이 건너온 상태에서 대기 정체로 국내 요인이 쌓이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대기 오염이 아닌 경우에도 일상생활에서 고농도 미세 먼지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임종한 인하대 작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청소기를 돌리거나 카펫 위 아이들이 뛰놀 때도 야외의 '매우 나쁨' 수준의 초미세 먼지가 나올 수 있다.
특히 실내에서 고기를 구울 땐 고농도의 초미세 먼지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꼭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본지 취재팀이 서울의 한 고깃집과 생선구이 골목을 돌며 고성능 간이 측정기로 미세 먼지 농도를 측정해보았다.
처음 고기를 넣었을 때 600㎍/㎥을 보인 수치는 고기양을 더하면서 기름이 사방으로 튈 정도로 불판 온도가 높아지자 1013㎍/㎥을 기록하기도 했다.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14일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 129㎍/㎥의 8배 가까운 수치였다.
이 고깃집은 테이블마다 후드 설치가 돼 있지 않았고 방 한구석에 작은 환풍구만 하나 있어 연기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오후 6시 48분쯤 불판의 불을 끄고 8분쯤 지나 냄새와 연기가 가시자 수치는 97㎍/㎥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불판에 볶음밥을 볶자 연기가 자욱해지면서 수치는 다시 190㎍/㎥으로 올랐다. 또 오후 6시 55분쯤 옆 테이블 손님들이 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수치가 309㎍/㎥까지 올라갔다. 취재팀이 이날 밤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생선구이집을 찾았을 때도 주문한 고등어 직화 구이에서 살짝 탄내가 퍼지자 기기의 수치는 356㎍/㎥까지 올라갔다.
◇고기 구울 땐 반드시 환기해야
2015년 기준 전국 미세 먼지 배출원의 4%가량을 생물성 연소가 차지했다.
나무 연료나 농업 잔재물 소각 시에 발생하는 것까지 포함한 것이므로 고깃집·생선구이집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 먼지는 전체 미세 먼지 농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체 미세 먼지 농도에는 큰 영향이 아니더라도 (불판 등의)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몇 명에게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제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야외 미세 먼지엔 자동차 연료를 태운 복합적인 오염 물질이 포함돼 있지만, 고온의 불판이나 참숯·연탄에 고기·생선의 지방이 닿아 타면서 나오는 미세 먼지에는 벤조피렌 등 발암성 물질이 섞여 있다"고 말했다.
홍지형 인하대 교수는 "야외의 나쁨 수준 미세 먼지보다 고깃집에서 나오는 고농도 미세 먼지가 더 해로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식당 등 미세 먼지를 구체적으로 규제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고깃집 환기구나 후드 사용 의무화에 대한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송철한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중국 정부는 야외 연탄구이를 금지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스테이크를 굽는 사업장은 반드시 환기구를 달게 한다.
국내는 따로 규제가 없고 특히 소형 영세업장 등은 비용을 이유로 이런 시설을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초미세먼지 1013 수치는
환경부는 초미세 먼지 농도가 36㎍/㎥을 넘기면 '나쁨', 76㎍/㎥을 넘기면 '매우 나쁨'으로 분류한다.
본지 취재팀이 측정한 1013㎍/㎥은 '매우 나쁨' 기준치 76㎍/㎥의 13배가 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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