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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노동자 2만명 떠난 통영, ‘키코 상처’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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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빅에스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03회 작성일 19-10-0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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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The Hankyoreh

 

키코(KIKO) 사태가 터진 지 올해로 11년이 흘렀다.

많은 수출 중소기업이 부도와 파산, 자산 매각 등의 피해를 보았다.

가까스로 살아남았으나, 여전히 키코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도 많다.

반면 여러 중소기업을 상대로 키코라는 ‘괴물’을 판매한 은행들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사이 금융은 시기와 대상을 조금씩 바꿔가며 ‘제2의 키코’ 사태를 여럿 만들어냈다.

1조원대 피해가 예상되는 국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논란이 대표적이다.

키코의 피해집단이 중소기업이었다면, 이번에는 개인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이 예고된다는 점이 거의 유일한 차이다.

은행들이 ‘첨단 금융기법’의 이름으로 중소 제조업을 망가뜨린 과정을 찬찬히 돌아보며 금융의 존재 이유를 묻는 탐사기획 ‘키코 사태, 11년’을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경남 통영시 봉평동 옛 21세기조선 자리에 설치된 대형 타워크레인에는 ‘통영사랑 21C’라는 문구가 남아 있다.

과거 21세기조선이 부지런히 배를 만들던 시기, 밤이 되면 전구로 장식된 이 문구에 불이 켜졌다.

“그때만 해도 밤에 통영에 딱 들어서면 ‘통영사랑 21세기’, 저 글씨부터 보였습니다.

진짜 장관이었는데 그것도 이제 옛날이야기입니다. 저걸 아직 지우지 않았네요.”

이달 초, 21세기조선 자리를 찾은 문귀호(70) 회장은 높은 타워크레인을 올려다보며 그때를 떠올렸다.

2001년 그 자리에 있던 조선소를 인수한 문 회장은 2008년까지 7년 만에 거의 ‘무에서 유’를 만들었다.

그해 1만2000여평의 작은 조선소 부지에서 1만3000톤급 중형 화학제품운반선(케미컬 탱커)을 16척이나 만들었다.

200억원(2003년)에 채 미치지 못했던 연 매출이 5200억원까지 늘었다.

불 켜진 타워크레인은 21세기조선의 상징, 문 회장의 자랑이었다.

통영은 한때 한국 중형 조선 산업의 중추였다.

성동조선해양을 중심으로 21세기조선과 삼호조선, 신아에스비(SB), 에스피피(SPP)조선, 가야중공업까지 수출 경쟁력을 갖춘 중형 조선소 6곳이 통영에서 배를 만들었다.

통영의 바다와 온화한 기후, 적당한 습도 등은 조선업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으로 작용했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조선업은 자연환경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배라는 건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실외에서 작업해야 하잖습니까.

그러니 너무 더워도 안 되고, 비가 많이 와도 안 됩니다.

특히 습도가 높으면 선박 용접 불량률이 높아집니다.

경남 통영 일대에 조선단지가 조성된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는 거죠.”

29일 심상목 부경대 교수(조선해양시스템공학)는 ‘조선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조건을 설명하며 자연환경을 특히 강조했다.

한국처럼 조선업에 적합한 자연환경과 높은 기술경쟁력, 숙련된 노동자 등 모든 조건을 동시에 갖춘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것이 심 교수의 설명이다.

통영의 조선소가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 일이다.

조선업 불황과 과잉 시설투자, 저가 수주 등이 많은 중형 조선소를 위기로 내몰았다.

여기에 엄청난 파괴력의 ‘시한폭탄’마저 마침 그때 터졌다.

2008년 ‘키코(KIKO) 사태’다.

21세기조선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키코 계약으로 3800억원 가까이 손실을 보았다.

같은 기간 매출액(8633억원)을 고려할 때 엄청난 피해였다.

문 회장은 피해 규모에 앞서 피해를 보게 된 과정에 가슴을 쳤다.

“조선업에서는 수주잔량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우리 21세기조선도 키코 사태 당시 수주잔량이 46척, 금액으로는 1조원이 넘었는데 그 가운데 일부가 고스란히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수출에 누구보다 앞장섰으니 계약 건수와 수주잔량이 많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조선소를 중심으로 키코 피해를 더 크게 봤다는 사실이 저는 기가 막힌 겁니다.”

© 제공: The Hankyoreh

수주잔량이란 조선소가 선주와 선박 건조 계약을 맺어 놓고 아직 인도하지 않은 물량을 가리킨다.

조선소는 통상 선주와 수주계약을 맺으면 그때부터 선박을 건조하기 시작해 2~3년 뒤 이를 인도한다.

수출 비중이 높은 대다수 중형 조선소는 그 기간에 오르내릴 환율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계약 체결 이후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 몇 년간 애써서 배를 만든 뒤 되레 손해를 입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많은 조선사는 계약금액의 50~60% 범위에서 ‘환 헤지’(위험 회피)를 했다.

환 헤지 수단으로는 원래 선물환이 주로 쓰였다.

선물환이란 일정한 시기가 되면 환율 변화와 관계없이 애초 약속한 시세대로 외국환을 사고파는 금융상품이다.

국내에 키코를 도입해 판매한 은행은 그런 수출 우량 중소기업을 표적으로 삼았다.

‘수주잔량이 고스란히 피해로 이어졌다’는 문 회장 주장은 이런 맥락이다.

키코 사태 당시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설명은 전혀 달랐다.

금감원에서는 2008년 8월 “키코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은 모두 매출액을 초과해 헤지(오버헤지)한 기업”이라고 발표했다.

오버헤지가 아니라 부분 헤지를 했다면 기업이 환차익을 얻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금감원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남는 문제가 있다.

일부 기업이 얻은 이익은 미미하고, 피해 기업이 입은 손실은 컸다는 사실이다.

© 제공: The Hankyoreh

“1만3000톤짜리 배를 한 척 만들면 2100만~2600만달러 받습니다.

거기서 이익은 얼마 안 남습니다.

한 해 매출이 많아야 5000억원 남짓인데, 3800억원 가까운 키코 피해 금액을 갚으려면 도대체 배를 몇 척을 팔아야 한다는 소립니까.

적어도 20년 넘게 모든 영업이익으로 빚만 갚아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도저히 앞이 안 보이는 거예요.”

2010년 법정관리와 은행관리의 갈림길에서 21세기조선은 결국 노동자와 협력업체를 살리는 쪽을 선택했다. 문 회장은 “조선소는 선주와 계약을 맺을 때 어느 한쪽이 법정관리 상태가 되면 기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합의를 맺는다”며 “2009년 이후 국제 선박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였기에 만약 우리가 법정관리를 선택하게 되면 기존 계약이 줄줄이 취소될 위험이 컸다”고 말했다.

일감이 사라지면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는다.

아울러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기존 채무를 동결하는 재산보전 처분도 동시에 진행되기에, 21세기조선이 발행한 어음을 갖고 있는 협력업체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문 회장은 21세기조선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대가로 법정관리가 아닌 은행관리의 길에 접어들었다. 21세기조선의 주식도 은행에 100% 넘겼다.

그런데도 채권단은 2013년 10월 21세기조선을 완전히 정리했다.

키코 사태 이후 통영에서 모습을 감춘 조선소는 21세기조선만이 아니다.

21세기조선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중형 조선소 4곳도 예외없이 키코 피해로 문을 닫았다.

삼호조선과 신아에스비, 에스피피조선, 가야중공업 등이다.

이들 조선소가 하나둘 무너지는 사이 통영 전체가 함께 휘청거렸다.

통영 조선소와 그 협력사에서 일하던 최대 2만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도시를 떠났다.

통영이 인근 거제시와 함께 전국 최고 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도 조선업의 몰락에 있다. 통영이 중형 조선 산업의 중심이라면, 거제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소를 품은 지역이다. 두 곳 가운데 그나마 형편이 나아 보이는 곳은 거제다.

대형 조선소를 중심으로 일감이 다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통영 조선소 가운데 남은 건 법정관리 상태인 성동조선해양 한 곳이다.

성동조선도 올해 연말까지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성동조선의 장래도 어두운 것은 마찬가지다.

한때 1만2000명이 몸담았던 성동조선에는 현재 600명의 임직원만 남아 있다.

그 가운데 500명은 무급휴직 중이다.

남은 100명의 노동자가 교대근무를 서며 50만평 규모의 성동조선 작업장을 지키고 있다.

문 닫은 이들 6곳의 조선소는 모두 키코 가입으로 대규모 피해를 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키코는 국내 중형 조선 산업을 망가뜨리는 선에서 그친 게 아니라, 통영의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힌 것이다.

11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고삐 풀린 금융이 통영에 남긴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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